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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면 무혐의로 끝나는가: 불능미수로 이어지는 단계별 절차

1단계: 시작 — 신고·고소 접수와 혐의 특정

이 노트는 두 독자를 위해 씁니다. 첫째 독자는 술자리 뒤의 성관계로 준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와 그 가족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상대방이 당시 어느 정도 의식이 있었다는 정황, 예를 들어 대화 기록이나 스스로 걷는 영상이 나오면서 혐의가 없어지는지 묻는 경우입니다. 둘째 독자는 같은 정황 때문에 사건이 그대로 종결될까 걱정하는 피해자 측입니다. 이 노트가 답하려는 질문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될 때 사건이 끝나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드시 끝나지는 않습니다. 행위자가 상대방이 그런 상태라고 믿고 이를 이용하려 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검토됩니다.

출발점이 되는 조문은 형법 제299조입니다. 이 조문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사람을 제297조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제300조는 그 미수범을 처벌하며,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하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시작 단계의 결정 주체는 신고나 고소를 받은 경찰이며, 서류는 고소장 또는 신고 접수 기록과 첫 진술조서입니다. 강간 관련 범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는 법률로 정해진 처리 기간이 따로 없습니다.

2단계: 수사 — 피해자의 실제 상태와 행위자의 인식을 나누어 조사

판례가 제시해 온 정의에 따르면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수사기관은 이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음주량과 경과 시간, 사건 전후의 이동과 대화 모습, 메시지 기록, 주변인 진술, 피해자의 기억 정도를 모읍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여러 글에서 소개된 판단 요소와 같습니다.

불능미수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같은 자료를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 읽습니다. 첫째 질문은 피해자가 실제로 그런 상태였는가입니다. 둘째 질문은 행위자가 피해자를 그런 상태라고 인식했고 그 상태를 이용하려 했는가입니다. 첫째가 부정되더라도 둘째가 인정되면 미수 혐의가 남습니다. 반대로 행위자가 상대방이 깨어 있고 동의했다고 믿었다는 사정이 객관 자료로 뒷받침되면 고의가 부정되는 방향으로 판단됩니다. 이 단계의 결정 주체는 사법경찰관이며, 수사를 마치면 송치 또는 불송치를 결정합니다. 불송치 결정을 하면 경찰은 기록을 검사에게 보내고,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검토하여 반환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245조의8).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됩니다(같은 법 제245조의7).

이 단계에서 양측이 정리해 둘 자료 목록

  • 사건 전후의 시간대별 행적표(장소, 시각, 함께 있던 사람)를 작성해 둡니다.
  • 메시지와 통화 기록은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삭제하거나 편집하지 않습니다.
  • 주점, 숙박업소, 건물 출입구 영상은 보관 기간이 장소마다 다르므로, 수사기관에 확보를 요청할 장소를 목록으로 정리해 둡니다.
  • 행위자가 당시 상대방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관한 진술은 첫 조사부터 일관되게 정리합니다. 진술이 단계마다 달라지면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피해자 측은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를 발급일과 함께 보관합니다.

수사 진행 상황 확인 방법과 피해자 보호 제도에 관한 안내는 경찰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단계: 기소 — 검사의 죄명 선택과 예비적 기재

송치된 사건에서 기소 여부와 죄명을 정하는 주체는 검사입니다. 이 단계의 서류는 공소장이며, 공소장에는 공소사실과 적용법조가 적힙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은 여러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실제 상태가 다투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건에서는 주위적으로 준강간 기수를, 예비적으로 준강간 미수를 함께 적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검사의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대체로 다음 세 갈래로 나뉩니다.

  •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고 이용한 경우: 준강간 기수가 검토됩니다. 제297조의 예에 따라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 피해자는 실제로 그런 상태가 아니었으나 행위자는 그렇다고 믿고 이용하려 한 경우: 준강간 불능미수가 검토됩니다. 미수범은 형을 감경할 수 있고(제25조 제2항), 불능미수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제27조 단서).
  • 피해자가 그런 상태가 아니었고 행위자도 상대방이 깨어 있으며 동의한다고 인식한 경우: 준강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이 검토됩니다. 다만 폭행·협박이나 위력이 있었다면 다른 조문이 별도로 검토됩니다.

이 비교에서 드러나듯이 피해자의 실제 상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둘째 갈래와 셋째 갈래를 가르는 기준은 행위자의 인식입니다. 따라서 피의자 측이 피해자가 깨어 있었다는 자료만 내는 경우와, 자신이 그 사실을 당시에 알고 있었다는 자료까지 내는 경우는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4단계: 공판 — 공소장변경과 법원의 판단 기준

공판 단계의 결정 주체는 법원입니다. 처음 공소장에 준강간 기수만 적혀 있었더라도 심리 과정에서 피해자가 그런 상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드러나면,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소사실이나 적용법조를 추가·철회·변경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이를 허가하여야 합니다. 변경으로 피고인의 불이익이 커질 염려가 있으면 법원은 직권 또는 피고인·변호인의 청구로 필요한 기간 공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불능미수 성립 여부를 정면으로 다룬 사례는 2019년 3월 28일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6002)입니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면,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였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로 따진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조문의 원문과 이 판결의 전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단계: 선고와 그 이후 — 형의 범위와 상소 기간

선고 단계에서 법원은 기수, 불능미수, 무죄 가운데 어느 결론인지를 정합니다. 공소장에 예비적 기재가 있으면 법원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먼저 판단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예비적 공소사실을 판단합니다. 불능미수가 인정되더라도 처벌의 기준이 되는 조문은 기수와 같습니다. 법원은 제27조 단서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지만, 감경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감경 여부와 정도는 재판부가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보고 정합니다.

판결에 불복하는 피고인이나 검사는 판결 선고일부터 7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43조, 제358조). 피해자는 상소권자가 아니므로 직접 항소할 수 없으며, 검사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절차에 관여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피의자 측에서는 피해자가 깨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자신의 인식을 보여 주는 자료가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상태 입증이 어렵더라도 미수 판단이 남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확보된 자료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대응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변호인과 상의하여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