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시작 - 같은 사건이 두 개의 절차로 나뉘는 지점
이 노트는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한 뒤 회사에 성희롱으로 신고할지, 수사기관에 강제추행으로 고소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근로자를 위해 정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은 흔히 "회사가 성희롱으로 인정하면 형사사건에서도 유죄가 되는 것인가", "경찰에서 혐의없음이 나오면 회사 징계도 취소되는 것인가"를 묻습니다. 이 노트의 답은 두 절차의 결정 주체, 적용 법률, 입증 기준이 모두 달라서 한쪽 결과가 다른 쪽 결론을 자동으로 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절차의 근거 법률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정의와 사업주의 조치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앞의 법률은 사업주에게 조사와 조치 의무를 지우는 노동법 체계이고, 뒤의 법률은 국가가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법 체계입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두 절차를 모두 진행할지, 하나만 진행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 결정은 피해 근로자 본인이 합니다.
선택지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회사 절차만 진행하면 근무 환경을 바꾸는 조치를 비교적 빨리 기대할 수 있지만 형벌은 따르지 않습니다. 형사 절차만 진행하면 회사 안에서의 분리나 보호조치는 따로 요청해야 합니다. 두 절차를 함께 진행하면 양쪽에서 진술을 하게 되므로, 진술 내용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같은 기록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단계: 증거 정리 - 두 절차에 함께 쓰는 기초 자료
두 절차는 판단 기준이 다르지만 기초 자료는 대부분 겹칩니다. 이 단계에는 법정 기한이 없습니다. 다만 기억과 전자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거나 지워질 수 있으므로 사건 직후에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단계의 결정 주체 역시 당사자 본인입니다.
- 시간순 기록: 일시, 장소, 접촉 부위와 방식, 직전과 직후의 말과 행동을 적은 메모입니다.
- 전후 대화 자료: 메신저, 문자, 이메일 가운데 사건을 언급하거나 사과·해명이 담긴 부분입니다.
- 주변 사람 정보: 사건을 보거나 직후에 이야기를 들은 동료의 이름과 연락 방법입니다.
- 관계 자료: 직급, 평가 권한, 업무 지시 관계처럼 지위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업무 관련성과 위력 여부를 판단할 때 쓰입니다.
같은 자료라도 쓰임은 다릅니다. 회사 조사에서는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와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가 중심이 됩니다. 형사 절차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또는 지위를 이용한 위력이 있었는지가 따로 검토됩니다.
자료를 확인할 때는 원본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대화 화면을 캡처할 때는 날짜와 상대방 표시가 함께 보이도록 저장하고, 원래 대화방이나 메일함은 지우지 않고 두는 편이 좋습니다. 메모는 사건 직후에 작성했다는 점이 드러나도록 작성 일자를 적어 두면, 나중에 회사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같은 사실관계를 설명할 때 기준점이 됩니다.
3단계: 회사 내부 신고와 조사 - 결정 주체는 사업주
위 법률 제14조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받은 사업주에게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지웁니다. 조사 기간 중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같은 보호조치를 해야 하고,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면 행위자에게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같은 조치를 해야 합니다. 법률은 조사 기간을 일수로 정하지 않고 "지체 없이"라고 규정하므로, 구체적인 처리 기간은 회사 취업규칙이나 내부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출 서류는 회사가 정한 신고서와 2단계 자료입니다. 결론은 사업주 또는 회사가 구성한 조사·심의 기구가 내립니다. 같은 조문은 신고를 이유로 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누설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판단은 징계 여부를 정하기 위한 것이고,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록해 둡니다.
신고 후에는 몇 가지를 확인해 둡니다. 조사 담당자가 누구인지, 행위자와 대면 조사를 하는지,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려 주는지를 문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하더라도 법률이 지체 없는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회사가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미루는지 여부도 확인 대상입니다.
4단계: 형사 고소 - 결정 주체는 수사기관과 법원
강제추행은 과거 친고죄였으나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개정 법률로 친고죄 규정이 삭제되었습니다. 그 이후 사건에는 고소기간 6개월 제한이 적용되지 않으며, 공소시효 안에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폭행이나 협박 없이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검토될 수 있으며, 이 조문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형사 절차의 일반적인 진행과 피해자 지원 제도는 법무부의 안내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과 2단계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경찰이 송치나 불송치를 결정하고, 송치된 사건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소되면 법원이 판결합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므로, 회사 조사보다 입증 부담이 높습니다.
어느 조문으로 검토될지는 접촉 당시의 수단에 따라 갈립니다. 가정 예시로, 상사가 팔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접촉했다면 폭행을 수단으로 한 강제추행이 먼저 검토됩니다. 반면 물리적 제압은 없었지만 인사 평가 권한을 가진 상사가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접촉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검토 대상이 됩니다. 이 구분은 고소인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법원이 자료를 보고 정하므로, 고소장에는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적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5단계: 결과가 어긋날 때 - 비교와 후속 절차
두 절차의 결론은 서로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회사가 성희롱을 인정했는데 수사기관은 폭행·협박이나 위력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불송치나 불기소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조사를 미흡하게 마쳤어도 수사기관이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차이를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 결정 주체: 성희롱 조치는 사업주이고, 강제추행은 수사기관과 법원입니다.
- 판단 대상: 성희롱은 업무 관련성 있는 성적 언동과 피해자의 굴욕감·혐오감이고, 강제추행은 폭행·협박 또는 위력을 수단으로 한 추행입니다.
- 입증 수준: 회사 조사는 형사 재판의 증명 수준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형사 재판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 결과: 회사 절차는 징계와 보호조치로 끝나고, 형사 절차는 징역이나 벌금 같은 형벌로 끝납니다.
이 차이 때문에 형사 절차에서 혐의없음 결정이 나와도 회사의 성희롱 판단과 징계가 그 사실만으로 효력을 잃지는 않습니다. 형사 절차의 불송치나 불기소는 형벌을 부과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성적 언동이 없었다고 확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형사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회사가 조치를 정할 때 중요한 판단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징계의 정당성을 다투는 문제는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진행됩니다.
결과에 불복하는 경로도 다릅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고소인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건은 검사에게 송부됩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하면 항고 절차를 검토하게 됩니다. 회사가 조사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면 위 고용 관련 법률에 따른 시정 절차와 제재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노트는 일반 정보를 정리한 것입니다. 개별 사건에서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자료를 갖추어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