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시작 — 현장 지목과 최초 기록
이 노트는 출퇴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 승객에게 신체접촉을 지목당한 분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이분들은 스스로는 차량이 흔들리거나 사람에게 밀려 우연히 닿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개 "고의인지 우연인지는 결국 누가, 언제, 무엇을 보고 정합니까"라고 묻습니다. 고의 판단의 일반론을 다룬 글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 노트는 그 판단에 쓰이는 요소가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서류에 기록되는지, 그 단계에서 누가 결정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적용 조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입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조문 원문과 절차 규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현행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단계는 사건 당일에 이루어지며, 결정 주체는 현장에 출동했거나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입니다. 이때 남는 서류는 신고 내용, 현장 진술을 요약한 기록, 임의동행이나 귀가 경위를 적은 기록 등입니다. 고의와 우연을 가르는 요소 가운데 상당수는 바로 이 첫 기록에 처음 적힙니다. 당시 차량의 혼잡도, 두 사람이 서 있던 위치와 방향, 손의 위치, 접촉 횟수 같은 것들입니다. 당일에는 기억이 생생하므로, 귀가한 그날 밤 시간 순서대로 직접 메모를 남겨 두면 이후 진술이 일관된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확인할 점은 현장 기록이 동작을 어떤 말로 옮겼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신체를 밀착하였다"처럼 평가가 섞인 표현과 "손등이 상대의 옷에 닿았다"처럼 동작만 적은 표현은 이후 기록을 검토하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인상을 줍니다. 현장에서 어떤 서류에 서명했다면 그 제목과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메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뒤 단계에서 기록을 열람할 기회가 왔을 때 대조할 수 있습니다. 상대 승객이나 주변 승객이 현장에서 한 말도 판단 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들은 그대로 적어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2단계: 경찰 조사 — 피의자신문조서와 의견서
두 번째 단계는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진행되는 피의자신문입니다. 이 단계의 기간은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수사 진행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정 주체는 사법경찰관입니다. 핵심 서류는 피의자신문조서이며, 피의자 쪽에서는 진술서나 변호인 의견서를 따로 낼 수 있습니다. 판례는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고 고의를 직접 증명할 수도 없을 때, 행위 당시의 정황, 곧 간접사실을 모아 고의를 판단합니다. 결과를 확정적으로 의욕하지 않았더라도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서에 어떤 정황이 어떤 표현으로 적히는지가 이후 모든 단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조사 전에 아래 준비 목록에 따라 정황을 정리해 두면 열람 단계에서 바로잡기가 쉬워집니다. 조서에 빠진 사실이나 다르게 적힌 표현을 금방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접촉 부위와 방식: 손등이 닿았는지 손바닥이 닿았는지, 손이 어떤 모양이었는지를 구분해 기록합니다.
- 지속 시간과 반복 여부: 한 번의 짧은 접촉이었는지, 상대가 자세를 바꾼 뒤에도 접촉이 이어졌는지를 적습니다.
- 외부 요인: 급정거나 승객 승하차처럼 몸이 밀린 원인이 접촉 시점과 맞물리는지를 정리합니다.
- 양손의 위치: 그 순간 가방, 휴대전화, 손잡이 가운데 무엇을 들거나 잡고 있었는지를 기록합니다.
- 이동 경로: 상대가 자리를 옮긴 뒤 본인도 함께 옮겼는지, 주변에 다른 공간이 있었는지를 적습니다.
- 객관 자료의 존재: 차량이나 역사의 영상, 교통카드 승하차 기록처럼 위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신문이 끝나면 조서를 직접 읽거나 낭독을 듣습니다. 진술과 다르게 적힌 부분은 고쳐 달라고 요구한 뒤 서명합니다. 이때 판단 기준은 조서의 표현이 실제 동작과 같은 의미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손이 닿아 있었다"와 "손이 닿아 있는 것을 알았다"는 고의 판단에서 무게가 크게 다릅니다. 따라서 인식 여부를 묻는 문장은 특히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추측으로 채우지 말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이후 진술의 일관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혐의가 있다고 보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송치 결정을 합니다. 불송치하는 경우에는 이유를 적은 서면과 기록을 검사에게 보냅니다.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기록을 돌려보내거나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불송치 결정을 통지받은 고소인 등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불송치는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위 절차 때문에 그 결정이 곧바로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3단계: 검사의 처분 — 기소, 약식명령 청구, 불기소
세 번째 단계에서는 검사가 송치된 기록을 검토해 처분을 정합니다. 처분 기간은 사건마다 다르며 결정 주체는 검사입니다. 처분은 정식재판을 구하는 공소제기, 서면 심리로 벌금을 구하는 약식명령 청구, 혐의없음 등의 불기소로 나뉩니다. 검찰 단계의 사건 처리 절차와 처분 종류에 관한 일반 안내는 대검찰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고의와 우연을 가르는 요소는 새로 조사되기보다, 2단계까지 쌓인 조서와 자료를 다시 평가하는 방식으로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검사 단계에서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서류는 의견서입니다. 의견서에는 2단계 준비 목록의 각 항목이 조서와 객관 자료에서 어떻게 확인되는지를 짝지어 적습니다. 예를 들어 접촉 시점이 급정거 시점과 겹친다는 주장은 영상의 시간 표시와 함께 내야 설득력을 갖습니다. 반대로 불리한 정황이 있으면, 우연이라는 주장이 그 정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접촉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거나 상대가 자리를 옮긴 뒤에도 가까이 따라갔다는 정황이 그 예입니다. 의견서는 그 부분을 피하지 않고 다루어야 합니다.
검사의 판단 기준은 기록상 고의를 증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검사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면 혐의없음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황이 고의를 뒷받침한다고 보면 사건의 경중에 따라 약식명령 청구나 공소제기를 택합니다. 처분 결과를 통지받으면 처분의 종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약식명령 청구와 공소제기는 이후 절차와 대응 기한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4단계: 약식명령 또는 공판 — 법원의 판단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서면만으로 심리하고, 벌금을 정한 약식명령을 냅니다. 이 경우 고의를 다툴 수단은 정식재판청구입니다. 정식재판청구는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할 수 있습니다. 제출 서류는 정식재판청구서이고 결정 주체는 법원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약식명령이 확정됩니다. 그러므로 우연한 접촉이었다는 주장을 유지하려는 분은 송달일을 기준으로 기한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약식 절차에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직접 설명할 기회가 없습니다. 판단은 검사 단계에서 낸 의견서와 기록만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할지는 우연한 접촉이라는 주장이 기록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한 뒤 정해야 합니다. 정식재판청구서에는 청구의 뜻을 밝히면 됩니다. 구체적인 주장과 증거는 이후 공판에서 내게 됩니다.
정식재판이나 공소제기로 공판이 열리면 판단 주체는 법원입니다. 법원은 증거로 채택된 조서, 영상, 증인 진술을 종합해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는지를 판단합니다. 피고인 쪽은 조서의 내용을 인정할지 다툴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필요하면 영상 검증이나 증인 신문을 신청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1단계와 2단계에서 정리한 정황이 일관되게 유지되었는지가 다시 확인됩니다. 앞 단계의 기록과 다른 설명을 새로 내놓으면 그 차이 자체가 신빙성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5단계: 판결 이후 — 항소 기간과 항소이유서
1심 판결에 불복하려면 판결 선고일부터 7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합니다. 항소하면 항소법원에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게 되고,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야 합니다. 결정 주체는 항소심 법원입니다. 고의 판단을 다투는 항소이유는 대개 사실오인으로 정리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판결문에서 1심이 어떤 간접사실을 근거로 고의를 인정했는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그 근거와 객관 자료가 어긋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항소이유서를 기간 안에 내지 않으면 항소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접수통지서를 받은 날짜를 따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심이 접촉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는 진술을 근거로 고의를 인정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 경우 항소이유서에서는 영상의 시간 표시상 접촉으로 보이는 장면이 급정거나 승하차 시점과 겹치는지 짚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의와 우연을 가르는 요소는 1단계 현장 기록에 처음 적히고, 2단계 피의자신문조서에서 구체화됩니다. 3단계에서는 검사가, 4단계와 5단계에서는 법원이 그 기록을 평가합니다. 뒤 단계로 갈수록 새 사실을 더하기보다 앞서 남긴 기록을 해석하는 비중이 커집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의 기록 관리가 절차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이 노트는 일반적인 절차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처분이나 결과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대응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변호인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