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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회사가 '형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희롱 조사와 징계를 미루면, 피해 근로자는 그동안 무엇을 요구하고 남길 수 있나요?

1단계: 시작 — 회사 신고와 형사 고소가 함께 출발하는 경우

이 글은 직장 상사의 신체 접촉을 회사에 신고하고, 같은 무렵 수사기관에 강제추행 고소도 한 근로자를 위해 썼습니다. 상황은 다음과 같이 가정합니다. 회사 인사 담당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보고 조사와 징계를 정하겠다"고 말로만 알렸습니다. 그사이 신고인은 행위자와 같은 층에서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 결론이 형사 판단에 주는 무게나 무혐의 뒤 징계의 효력은 이미 다른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이 글은 두 결론이 모두 나오기 전, 이른바 '대기 기간'에 신고인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기록을 남길 수 있는지에 답합니다.

먼저 확인할 기준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는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객관적으로 해야 합니다. 조문은 조사를 시작하는 조건으로 수사기관의 판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의 기간은 신고 접수 직후이고, 핵심 서류는 신고 일시와 내용이 남는 서면 신고서이며, 결정 주체는 사업주입니다. 말로만 신고했다면 같은 내용을 전자우편이나 사내 신고 시스템으로 다시 보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이후 모든 단계에서 기준이 되는 날짜가 분명해집니다.

2단계: 조사 기간 중 보호조치 요청 — 신고 직후부터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조사를 미루더라도 보호조치 요청까지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때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즉 보호조치는 성희롱 인정 여부가 정해진 뒤에야 쓰는 장치가 아니라 조사 기간에도 쓸 수 있는 장치이며, 그 방식은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해 정해집니다.

요청서에 원하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면 회사가 판단을 미루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행위자와 자리 분리, 보고 라인 변경, 회의 동석 배제, 일정 기간 유급휴가처럼 선택지를 적습니다. 신고인만 다른 지점으로 보내는 조치처럼 원하지 않는 조치도 함께 밝힙니다. 결정 주체는 사업주입니다. 법이 처리 기한을 날짜로 정하지 않으므로 요청서에 회신 희망일을 적어 기간을 관리합니다. 회사가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만 답하면 그 답변을 서면으로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답변이 다음 단계의 근거가 됩니다.

3단계: 회사의 '수사 결과 대기' 통보를 서면으로 확인하는 단계

회사가 형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할 때는 보통 '회사가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 '징계한 뒤 무혐의가 나오면 분쟁이 생긴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러나 회사 징계는 취업규칙과 사내 규정에 따른 근로관계상의 판단입니다. 형사 절차는 범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국가의 판단입니다. 두 절차는 판단 기준도, 결정 주체도 다릅니다. 법률이 사업주에게 부과한 의무는 '지체 없는 객관적 조사'이며, 조사 자체를 수사가 끝난 뒤로 넘겨도 된다는 근거는 조문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취업규칙에 '수사 중인 사안은 징계 의결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그런 조항이 있는지, 문구가 어떤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의 기간은 대기 통보를 받은 직후입니다. 서류는 회사에 보내는 질의서와 회사의 회신이며, 결정 주체는 인사 담당 부서나 사내 고충처리 기구입니다. 질문을 항목별로 나누어 보내면 답변을 받기 쉽습니다.

  • 사내 조사를 시작했는지, 시작하지 않았다면 근거 규정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 보류하는 대상이 '조사'인지 '징계 의결'인지 구분해서 답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 조사 기간 중 보호조치를 하는지, 한다면 내용과 시작일이 언제인지 확인합니다.
  • 취업규칙의 징계 보류 조항과 징계 시효 조항의 문구를 요청합니다.
  • 조사 담당자가 누구이고 비밀은 어떻게 지키는지 확인합니다.

회신 내용이 '징계 의결은 보류하되 조사와 보호조치는 진행한다'라면, 회사가 법상 의무를 나누어 이행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와 보호조치까지 모두 멈춘다는 답이라면, 그 회신은 5단계에서 다른 경로를 검토할 때 핵심 자료가 됩니다.

4단계: 수사와 회사 조사가 겹칠 때 진술과 자료를 관리하는 단계

두 절차가 함께 진행되면 같은 사건을 두 번 진술하게 됩니다. 회사 조사와 수사기관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리면 어느 쪽에서든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가 다툼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 직후 쓴 메모와 시간순 기록을 기준 문서로 삼아, 같은 사실을 같은 순서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밝히는 편이 단정적으로 말했다가 나중에 고치는 것보다 낫습니다.

수사기관에 낸 자료를 회사에도 낼지는 신고인이 정할 문제입니다. 메신저 대화, 동료의 목격 진술, 병원 진료 기록처럼 신고인이 원래 갖고 있던 자료는 회사 조사에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민감한 의료 정보는 필요한 부분만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같은 조 제7항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자료를 낼 때는 누가 열람하는지를 서면으로 물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단계의 결정 주체는 각 절차의 조사 담당자입니다. 기간과 관련해서는 수사기관 출석 일정과 회사 면담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신고인이 일정 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5단계: 지연이 계속될 때 확인할 제재 기준과 지원 경로

회사가 조사와 보호조치를 계속 미룰 때는 같은 법의 제재 조항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사업주가 다음 의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지체 없이 조사할 의무(제14조 제2항), 성희롱이 확인된 뒤 피해자 요청에 따라 조치할 의무(제4항), 행위자를 징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제5항), 비밀 유지 의무(제7항)입니다. 또 신고 등을 이유로 피해근로자 등을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제6항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이 기준은 법 개정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신고 시점에 시행 중인 조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단계의 기간은 회신 희망일이 지났거나 조치를 거부당한 시점부터입니다. 외부 신고와 시정 절차의 요건과 기한은 별도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준비할 서류만 정리합니다. 신고 날짜를 보여 주는 서면, 보호조치 요청서와 회사 회신, '수사 결과 대기' 통보 기록, 그 뒤 달라진 평가와 업무 배정 기록을 시간순으로 묶어 둡니다. 이렇게 해 두면 어느 경로를 택하든 회사의 지연과 불리한 처우를 설명하기 쉽습니다.

절차와 별개로 상담과 회복 지원도 이 시기에 함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과 지원 기관 정보를 안내합니다.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라면 법무부 피해자 지원 안내에서 범죄피해자를 위한 상담, 법률 조력, 경제적 지원 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원 대상과 신청 요건은 제도마다 다르므로 각 기관 안내에서 현재 기준을 확인한 뒤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1단계는 신고 직후에 하며, 서류는 서면 신고서이고 결정 주체는 사업주입니다.
  • 2단계는 신고 직후부터 할 수 있으며, 서류는 보호조치 요청서이고 결정 주체는 사업주입니다.
  • 3단계는 대기 통보 직후에 하며, 서류는 질의서와 회신이고 결정 주체는 인사 부서나 사내 기구입니다.
  • 4단계는 두 절차가 진행되는 내내 이어지며, 서류는 시간순 기록과 제출 자료 목록이고 결정 주체는 각 조사 담당자입니다.
  • 5단계는 지연이나 거부가 확인된 시점부터이며, 서류는 앞 단계의 기록 묶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