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트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13세 미만 자녀의 보호자, 그리고 지적장애나 언어장애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성인 피해자의 가족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이 독자들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조사 때 진술조력인이 함께하면 나중에 법정에서도 그 사람이 함께합니까"입니다. 신뢰관계인 동석과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이미 다른 글에서 다뤘습니다. 이 노트는 진술조력인 하나만 다루고,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신청 주체와 결정 주체가 어떻게 다른지를 단계 순서대로 기록합니다.
먼저 결론을 적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수사 단계 참여(제36조)와 재판 단계 참여(제37조)를 별도 조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수사 단계 참여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정하고, 재판 단계 참여는 법원이 결정으로 정합니다. 따라서 수사 단계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재판 단계 참여가 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증인신문 전에 별도의 신청이나 법원의 직권 결정이 필요합니다. 아래 내용은 이 노트를 작성한 2026년 10월 기준으로 알려진 조문 내용이며, 신청 전에는 현행 법령 원문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단계: 시작 — 진술조력인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
기간: 첫 피해자 조사 일정이 잡히기 전입니다. 서류: 법률상 정해진 신청 서식은 없으며, 피해자의 나이와 의사소통 특성을 설명할 자료를 미리 모아 두면 됩니다. 결정 주체: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6조와 제37조가 정한 대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13세 미만 아동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입니다. 조문 문언은 장애인 등록을 요건으로 적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지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판단하므로,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평소 의사표현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적용 예시로, 초등학생 자녀가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나이만으로 대상 여부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반면 장애인 등록은 되어 있지 않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 문장을 이어 말하기 어려운 성인 피해자는 의사소통 곤란 여부를 수사기관이 따로 판단해야 하므로, 가족이 관찰한 구체적인 장면을 설명하는 것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13세 이상이면서 장애가 없는 청소년은 조문 문언상 진술조력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신뢰관계인 동석이나 피해자 변호사 같은 다른 제도를 검토하게 됩니다. 진술조력인은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는 전문인력이고, 신뢰관계인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역할이 다릅니다.
2단계: 수사 단계 신청 — 고지를 받고 의사를 밝히기
기간: 피해자 조사 전입니다. 신청인: 피해자, 법정대리인, 변호사이며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결정 주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6조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피해자를 조사하기 전에 피해자, 법정대리인 또는 변호사에게 진술조력인의 의사소통 중개나 보조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는 이 고지를 받은 시점에 신청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됩니다. 고지를 받지 못한 상태로 조사 일정이 잡혔다면 조사 담당자에게 먼저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 절차로는 고지를 받은 날짜와 방법, 신청 의사를 밝힌 상대방을 기록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사 일정을 전화로 안내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화 중에 진술조력인 신청 여부를 함께 묻고 답한 내용을 메모해 두면 이후 재판 단계에서 경과를 설명하기 쉽습니다. 신청 의사를 밝혔는데도 조사 당일 진술조력인이 보이지 않으면,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담당자에게 경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조문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진술조력인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참여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수사 단계에서는 피해자 측의 의사가 참여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원하지 않는 이유가 특정 인물에 대한 불편함이라면, 제도 자체를 거절하기보다 그 사정을 수사기관에 설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3단계: 사전 면담과 조사 참여 — 진술조력인이 하는 일
기간: 조사 전 면담부터 조사 종료까지입니다. 서류: 진술조력인이 작성하는 평가 의견과 피해자 특성에 관한 의견이 있습니다. 결정 주체: 의견을 받는 쪽은 수사기관입니다.
제36조에 따르면 진술조력인은 조사 전에 피해자를 면담해 조력이 필요한지 평가한 의견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진술조력인은 피해자의 의사소통 능력, 표현 능력, 특성에 관한 의견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낼 수 있습니다. 이 의견은 나중에 재판 단계에서 진술조력인 필요성을 설명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전 면담 결과 진술조력인이 조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 의견은 판단을 돕는 자료이며, 참여 여부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주체는 수사기관입니다. 보호자는 조사가 끝난 뒤 진술조력인이 실제로 참여했는지, 의견을 제출했는지를 담당자에게 확인해 두면 재판 단계 신청 때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진술조력인은 피해자 편에서 대신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8조는 진술조력인이 중립적인 지위에서 상호간의 진술이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직무상 알게 된 피해자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합니다. 보호자는 이 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조사 당일 진술조력인의 질문 방식을 오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단계: 재판 단계 신청 — 증인신문 전에 법원 결정을 받기
기간: 피해자가 증인으로 채택된 뒤 증인신문 기일 전입니다. 신청인: 검사, 피해자, 법정대리인, 변호사이며 법원이 직권으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결정 주체: 법원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7조는 법원이 원활한 증인신문을 위해 직권이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진술조력인을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또 법원은 증인이 대상에 해당하면 신문 전에 피해자, 법정대리인 또는 변호사에게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수사 단계 참여와 근거 조문, 결정 주체가 모두 다르므로, 재판 단계에서는 별도로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적용 예시를 들면, 경찰 조사에서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은 아동이 기소 후 증인으로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경우 보호자는 검사나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재판 단계 참여를 신청하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됩니다. 대상 요건은 수사 단계와 같지만, 원활한 증인신문을 위해 참여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몫입니다. 신문 기일이 가까워져도 법원의 고지를 받지 못했다면 검사나 피해자 변호사에게 신청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두 단계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근거 조문: 수사 단계는 제36조, 재판 단계는 제37조입니다.
- 결정 주체: 수사 단계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재판 단계는 법원입니다.
- 신청인: 수사 단계는 피해자·법정대리인·변호사이고, 재판 단계에는 여기에 검사가 더해집니다.
- 고지 시점: 수사 단계는 피해자 조사 전, 재판 단계는 증인신문 전입니다.
- 연결 여부: 수사 단계 참여가 재판 단계 참여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으며, 법원의 별도 결정이 필요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영상녹화를 마친 아동도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노트에서 다뤘습니다. 증인신문이 예정되면 이 4단계 신청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5단계: 준비 목록과 상담 창구 확인
기간: 수사 단계 고지 전부터 증인신문 기일 전까지 계속됩니다. 결정 주체: 준비는 피해자 측이 하고, 참여 여부는 각 단계의 결정 주체가 정합니다. 아래 목록은 법정 서류가 아니라 판단을 돕기 위한 정리입니다.
- 피해자의 생년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합니다. 13세 미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 장애가 있다면 진단서, 복지카드, 학교나 기관의 생활 기록처럼 의사소통 특성을 설명할 자료를 모아 둡니다.
- 피해자가 쓰는 표현 방식, 집중 가능한 시간, 불안해지는 상황을 보호자가 짧게 메모해 둡니다.
-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력인이 참여했는지, 의견서가 제출되었는지를 기록해 둡니다.
- 공소 제기 뒤 증인 채택 소식을 들으면 재판 단계 신청 여부를 검사나 피해자 변호사와 상의합니다.
목록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계마다 다릅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나이와 의사소통 특성 자료가 대상 판단에 쓰이고, 재판 단계에서는 수사 단계 참여 기록과 진술조력인 의견이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자료를 한 곳에 모아 두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설명을 처음부터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절차가 낯설어 어디에 먼저 물어야 할지 모를 때는 24시간 운영되는 여성긴급전화 1366에서 상담을 받고 피해자 지원기관 연계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진술조력인 신청 시점과 재판 절차에 관한 법률상담이 필요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상담 창구를 이용해 사건 단계에 맞는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노트는 일반적인 절차 정보이며,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참여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